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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rnfmase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커다란 달이 하늘에 걸렸다. 지독히도 새하얀 달빛은 누군가의 순백의 도포 한 자락을 차갑게 적셨다.
"당신은 누구요."
달 속에 서있는 그는 언제나처럼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는 대답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체 그저 부드러운 미소만을 지었다.
"누구시오."
 그는 달 속에서 내려와 내 앞에 사뿐히 섰다. 나는 그를 바라봤고 그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익숙한 향기, 그리운 향기. 알고 있는 이의 향기였지만 누군지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매우 그립고도 그리운 사람이라는 것만 기억이 났다.
"당신이 누구냐고 묻지 않소."
 눈물에 젖은 향기가 가슴을 울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검은 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진 거리에 나는 벅찬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드디어 그의 검은 천에 닿았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벗기려고 했지만 그의 손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괜찮아."
 "무엇이 괜찮단 말이오!"
 그는 부드럽게 내 손을 천으로부터 떼어내었지만 나는 드디어 벗길 수 있다는 벅찬 감정을 부서뜨린 그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닌데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당신이 누구길래 그리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시는 것이오? 도대체 왜 그러는..."
 왠지 모를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속사포로 말을 내뱉는 나를 갑자기 그가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익숙한 향기, 그리운 향기. 눈물이 차올랐다. 놀라서도 화나서도 아닌 슬퍼서, 순전히 슬픔 감정이 차올라 눈물을 흘렸다.
 "괜찮아."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포근하고 다정해 아이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를 달래듯이 괜찮다고 속삭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기만 했었던 것 같다. 눈물이 그쳐갈 때쯤 그는 자신의 품에서 나를 살짝 떼어냈다. 그러곤 아직 남아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속삭였다.
 "이제 돌아가."
 "무슨 소리요."
 나는 붉어진 눈을 비비며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그의 볼에 갖다 댔다. 이번에는 그가 내 손을 내치지 않았다. 따뜻한 온기가 손안에 맴돌았다. 그때 검은 천 사이로 무언가 보였다.
 "당신..."
머리가 어지러웠다.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가슴은 아까보다 더 빠르게 뛰어대고 식은땀이 흘렀다.
 "돌아가."
 그가 나를 밀어내려고 한다. 나는 떨어지려는 손에 안간힘을 쓰며 그의 검은 천을 움켜쥐었다. 그가 놀라 황급히 내 손을 잡았지만 나는 이를 꽉 깨물며 검은 천을 잡아당겼다. 천이 벗겨지고 나는 경악감에 숨 쉬는 것도 잊은 체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에이스."
주변은 핏빛 바다였다. 역한 시체 냄새와 지독히도 끈적이는 핏물들 속에 나는 파묻혀 있었다.
 "에이스."
 에이스는 등에 무수한 화살에 박힌 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에이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고 그는 나를 향해 계속 미소 짓고 있었다.
 "으... 으아..."
 역겨웠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깨질 듯한 머리를 움켜잡으며 고개를 바닥에 박았다.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이야. 나는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머리를 내리찍었다. 나 때문이야. 나만 없었어도. 머리에서 피가 흘렀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계속 찍고 또 찍었다. 에이스는 그런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에이스의 품 속에서 떨어지려고 발악을 했지만 그는 그런 나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나는 에이스의 가슴에 머리를 쿵 하고 박았다. 그는 아픈 기색도 없이 그저 나를 꽉 안아줬다.
 "미안해. 나 때문에. 에이스, 미안해."
 모든 것이 내 탓이었다. 다친 몸으로 전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내탓이다. 그때도, 지금도.
 "괜찮아."
 '괜찮아."
 그때랑 똑같은 대답이었다. 그는 피에 젖은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어줬었다. 끊임없이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면서. 그때랑 똑같았다.
 "괜찮아, 사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가 불러주는 사보라는 이름이 너무 그립고 아팠다.
 "에이스... 에이스..."
 "괜찮아, 사보. 그러니까 울지 마."
에이스는 내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계속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다 울었냐?"
 에이스는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옷으로 닦아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그제야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못 돌리게 꽉 잡는 에이스 때문에 결국 두 눈만 질끈 감고 말았다.
 "사보, 많이 힘들지."
 "응."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상태였지만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귓가로 전해졌다.
 "그래도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돌아가자."
나는 입술을 꾹 깨문 체 흐르려는 눈물을 참아냈다. 떨리는 그의 손길이 느껴져서 도무지 싫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힘들겠지만 돌아가자."
눈물을 억지로 꾹 참고 있을 에이스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더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루피를 부탁해."
 그가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렸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감촉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부드럽게 이별을 고하는 그의 인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따뜻하고도 서글픈 시간이 끝이 났다. 에이스는 천천히 달 쪽으로 걸어갔다.
 "에이스!"
이렇게 보낼 순 없다는 미련에 그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그가 발걸음을 멈췄다.
 "에이스..."
나는 힘이 빠진 상태에서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엉금엉금 기어갔다.
 "사보."
그가 뒤를 돌아봤다.
 "사랑해."
 환하게 웃는 얼굴 속에 희미하게 흐르는 눈물 한 방울. 그는 희미해졌고 끝까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사라지지 마. 사라지지 마.
 "나도...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에이스는 완전히 사라졌다.

 "사보 도련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밖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보!"
루피였다. 루피는 울상인 얼굴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루피 도련님. 사보 도련님은 지금 아프십니다."

 "너무 기뻐서."
 루피는 눈물을 흘리며 내 옆에 앉았다. 나는 괜찮다는 듯이 살짝 미소 지었고 루피는 내 몸 위로 고개를 파묻고 엉엉 울었다. 나는 얼마나 잠을 잔 것일까. 이리도 걱정하는 것을 보면 꽤 지났으려나.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루피의 등을 토닥였다. 에이스가 그랬듯이 부드럽게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사보도 죽을까 봐 너무 무서웠어. 죽지 마. 사보는 죽지 마."
사보도. 에이스의 죽음이 다시금 실감이 났다. 에이스.
 "나 정말 무서웠어."
 두려움에 떠는 루피를 보니 정말 슬펐다. 그래, 에이스, 내가 네 몫까지 루피를 아껴줄게. 다시는 이렇게 울지 않도록 잘 돌볼게. 그러니까 우리를 잘 지켜봐 줘. 사랑해, 에이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부드럽게 감싸며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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