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위 @Ti_amo_wolwi
아, 자그마한 탄성이 세어 나왔다. 분명히 뜨거운 마그마가 내 배를 뚫고 지나가며 세차게 고동치던 심장은 서서히 멈추며 나는 죽었다. 그래 죽음을 직감하며 루피에게, 모두에게 작게나마 고마움을 표시했다. 두 눈을 깜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비딕호가 아니었다. 이곳은 울고 웃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잠들어있던 곳이었다.
-에이스 일어나!
이미 일어나있는 나를 깨우는 사보의 목소리에 다가갔지만 내 손은 사보를 통과해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나다. 어린 시절의 내가 사보에게 다가가 장난치며 웃고 있는 모습은 나였다. 사보와 루피, 그리고 내 모습. 믿지도 않는 신이지만 얄미워지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며 바라보고 있었을까 시간은 빠르게 지나 서로 술잔을 나누며 의형제를 맺은 그 날이 되었다.
-그거 알아? 술잔을 나누면 형제가 될 수 있어.
우리의 유대는 형제로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나누며 웃고 있는 어린 날의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사보가 죽은 그날이 되었다. 루피의 트렌드마크인 밀짚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울고 있는 모습에 다가가려 했지만 통과되어버렸다. 씁쓸하게 루피를 내려다보고 있었을까. 어린 시절의 내가 루피에게 다가오는 모습에 나는 말없이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다.
-알았어? 잘 기억해 루피. 난 안 죽어! 사보가 내게 부탁했어. 약속이다. 나는 절대로 안 죽어.
입술을 깨물며 우는 루피의 등을 뒤에서 안아주었다. 미안 루피.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못난 형이라서 미안해. 전해지지 않는 목소리는 끝내 사라지고 또다시 시간은 빠르게 지나서 내가 바다로 나왔던 때로 돌아왔다. 다단과 촌장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와서 내가 떠나가는 길을 보고 있었다. 다시는 못 볼 거라 생각했던 얼굴들이 여기 있었다. 다단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못했던 게 기억나 나는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다단 고마워. 악귀의 자식인 나를 버리지 않고 곁에 있어 주어서. 나 대신 루피랑 할배를 잘 부탁해-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시간은 또다시 지나가고 있었다. 동료들을 만나고 징베와 일주일 동안 싸우고 아버지를 만났던 그때를 지나서 내가 모비딕호에 승선했던 날로 도착했다. 내 눈앞에서 타버린 모비딕호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만져지지 않는 모비딕호의 난간을 한번 만져보고 들려오는 소리에 그곳을 바라보았다. 죽기 살기로 아버지에게 덤비던 그 날을 보니 창피함이 밀려왔다. 어떻게 아버지에게 공격을 했던 거지?
-너희들..왜 저 녀석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거냐?
-저 사람이 아들이라고 불러주니까. 우리는 세상에서 미움받는 존재니까. 기쁜거지. 그냥 말 한마디도 기쁜거야!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르코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읊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한편의 나레이션같아서 창피하지만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전할 수 있을까? 아버지. 마르코, 삿치 이조우. 모두의 이름을 부르기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고마워. 이런 나를 사랑해줘서 이런 나를 가족으로 받아줘서. 이런 나를 구하러 와줘서. 그리고 아버지 미안해요. 내 말을 마지막으로 세상은 암흑이 찾아와버렸다. 어쩌면 신은 나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도록 도와주려는 게 아닐까? 나는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받고 가는 것이었다.
사랑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