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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월  @Cwl__

사람들과 차들로 붐비는, 사람들의 수다 소리와 차들의 경적 소리가 가득한 이곳에 나는 당신의 옆이 아닌 홀로 서 있다.
 

*

 

'좀만 기다려, 이제 거의 다 끝나가니까.'

 

짧았지만 길었던 당신과의 통화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한마디, 이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나는 더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몇 달 전부터 잠복수사를 위해 나와 떨어져 있던 당신, 오랫동안 못 본 당신이었기에, 늘 당신과 전화기 너머로가 아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당신의 얼굴을 마주한 곳을 다른 곳도 아닌 장례식장.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의 얼굴은, 액자 속에서 꽃에 둘러싸인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복 중 걸려서 총에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울며 울분을 토하던 내게 당신의 부하였던 조로가 다가와 말해주었다. 마치 당신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하늘에 솟구쳐 있었던 기분이, 마치 바닥으로 내려쳐 진 듯한 기분. 눈을 떴을 땐 병원 침대였다. 꿈이었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애써 웃으며, 옆에 있던 사보에게 물었다. 코라씨는?

 

"..장례식장에서 쓰러졌었어."

 

들리지 않았다. 장례식은 무슨, 코라씨 어딨냐고.
애써 웃어 보이며 사보에게 물었다. 사보는 날 보며 점점 굳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말해왔다.

 

"..코라씨, 아마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그 말을 듣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둑이 무너지듯 슬픔이 덮쳐왔다. 몸 안에 있던 슬픔이란 감정들이 잇달아 뿜어져 나왔다. 하염없이 우는 나를 루피와 사보가 옆을 지키며 계속 달래주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코라씨.."

 

'울고 싶을 땐 불러, 언제든 옆에 있어줄 테니.'

 

어디 있어요. 내 옆에 있어 줘요. 제발.

 


*

 


"방금 털코트, 봤어?"

 

"굉장하다, 안 더울까?"

 

날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옷차림이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 코라씨는 이런 시선들을 무시했던 건가.
평소에 코라씨가 즐겨 입던 셔츠, 바지, 그리고 그의 상징과도 같은 검은 털코트.
경찰들이 코라씨의 집을 정리한다고 하길래 코라씨의 물건들을 전부 내 집으로 가져왔다.
옷장을 열자 많은 옷이 보였지만, 내 눈에는 그가 가장 즐겨 입었던 이 옷들이 먼저 보였다.

 

"코라씨 향-"

 

옷을 꺼내 들어 코에 가져다 대자 나의 코로 전해지는 것은 강한 담배 냄새,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그의, 그만의 향기.
정말 좋아했던 향기다. 그의 품에 파고들수록 내게 깊게 전해져오던 그만의 특유의 향기.

 

"한번 입어볼까."

 

그렇게 해서 입게 된 그의 옷. 살짝 크긴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
그의 옷을 입자 몸에서 물씬 풍겨나오는 그의 향기. 그 향을 맡자 문득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나는 이 옷을 입고 있으면 당신의 향이 몸에 배지 않을까. 두 번째는 당신과 처음 만난 곳에 가볼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생각났다. 당신과 처음 만난 그곳이, 그 거리가.

 

"..가볼까"

 

그렇게 해서 나는 지금 당신의 옷을 입고, 당신과 처음 만났던 이곳에 서 있다.

넘어져 있는 당신을 내가 일으켜 줬었지, 아마. 그리고 그런 내게 당신은 실없이 맑은 미소로 내게 고맙다고 말해왔었어.

그 때를 생각하자 조금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이 났다. 이제 회상 속 우스운 당신은 지금 이곳에 없다.
늘 일을 만들어서 날 귀찮게 했던 당신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날 가장 먼저 챙겨주었었던 당신도, 늘 내게 웃어주었던 당신도, 이젠 없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코라씨-"

 

단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그렇게 울어왔던 날이 없었던 것 처럼 눈물이 나왔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 속에, 계속 눈물을 흘렸다.
거리의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든 이젠 상관없다.
지금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코라씨.."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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